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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코트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푸드코트에 살고 있는 햄버거 군은 정말 잘 나가는 남자였죠. 

그는 없는 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때는 치즈로, 어떤 때는 토마토로, 어떤 때는 양상추로 멋지게 꾸미고 푸드코트를 누비곤 하였습니다. 

푸드코트에 살고 있는 모든 음식들도 햄버거 군이 잘 나가는 남자라는 것을 알았죠. 어떤 때에는 패티를 두 세 장씩 껴 입기도 했으니까요. 

많은 아가씨들이 잘 나가는 햄버거군과 데이트하고 싶어했지만, 햄버거군은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햄버거군은 분식 코너에 있는 우동양을 보고 말았죠. 

그 하얗고 매끄러운 피부, 길고 가는 몸매, 유부와 쑥갓이라는 정갈하지만 멋들어진 액세서리...

그렇습니다. 그녀는 다른 여자들과는 달랐죠. 너무 많은 토마토 소스를 끼얹은 스파게티와도 달랐고, 너무 많은 액세서리를 두른 비빔밥과도 달랐습니다. 

그녀는 햄버거군이 생각하던, 자신을 완성시켜 줄 것 만 같은 바로 그 여인이었죠. 

하지만 바로 그때, 햄버거군이 모든 것을 갖춘 자기 자신을 더욱 완성시켜 줄 것만 같은 그녀를 만났을 때, 햄버거군은 또다시 좌절할 수 밖에 없었죠. 

왜냐하면 햄버거군은 양식 코너에, 우동양은 분식 코너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예요. 

양식이 분식에서 함께 살거나 분식이 양식에서 함께 살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햄버거군은 우동양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녀와 함께하는 삶을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햄버거군은 우동을 시키고 자기를 포장해 줄 사람을 찾았죠. 

모든 것을 갖춘 햄버거군이 아름다운 접시와 근사한 세팅을 포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는 우동양을 위해서 기꺼이 싸구려 포장지로 자신의 몸을 싸는 것을 받아드렸죠. 

그래서 드디어 햄버거군과 우동양은 만나게 되었고, 햄버거를 포장하고 우동을 시킨 사람의 몸 안에서 아름다운 가정을 꾸몄습니다. 그리고 그 둘의 사랑의 결실로 귀여운 똥을 낳았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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