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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2를 봄.

어릴 적 보았던 공주 영화들이 기억난다.

눈처럼 희고, 피처럼 붉고, 흑단나무 처럼 검은 백설공주.
마음씨 착한 신데렐라.
왕자의 키스에 100년의 저주에서 풀려난 잠자는 숲속의 미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던 에리얼까지.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멍청하던지. 어린 마음에도~

백설공주는 뭐하는 애인지 모르겠지만, 똑같은 수법에 3번이나 당해가지고 결국 독사과까지 먹고 죽기 직전까지 갔지.
말귀 겨우 알아듣는 아이들도 낯선 사람한테 문열어주지 마라고 하면 안 열어주는데. 게다가 죽을 고비를 2번이나 넘겼으면 3번째는 심하게 멍청하더라고 문을 안 열어 줄법도 한데도 끝끝내 독사과를 먹어서 죽어봐야 했나?

신데렐라는 자기가 자기 아버지 친딸이면서 새엄마랑 언니들이 자기 아버지 재산 다 먹는거 지켜만 보면서 자기는 재투성이가 되어서 방만 쓸고 있지. 재산분할소송을 하던지, 남겨진 아버지쪽 친척을 찾아가든지 했었어야 된다고 보는데 이해가 안 되고,
심지어 무도회가려고 돌아가신 어머니의 드레스를 리폼했는데 그것을 언니들이 다 찢었는데 김치 싸다구를 날리지는 못할 지언정 징징 울고만 있는 모습. 정말 이해가 안 된다.ㅠ

잠자는 숲속의 미녀... 물레를 조심하라면 좀 조심을 하면 될텐데~ 호기심 많은 5세,6세때 찔리는 것도 아니고 다커가지고 17세나 되서 끝끝내 거기 들어가서 물레에 찔려서는 100년동안 잠이나 자고 있고~

에리얼은 일면식도 없는 남자한테 얼굴만 보고 반해가지고 자기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을 팔아 평범한 인간이 되다니.... 안돼~~~~ 게다가 내가 반한 그 인간은 생명의 은인도 못 알아보는데... 언니들이 칼 구해다 줬으면 왕자를 손절했어야지... ㅠ-ㅠ

인어공주만 새드엔딩이었지만, 아마 나머지 애들도 책에서만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살았지.. 현실적으로 판단해 본다면

백설공주는 왕자가 시체나 다름 없는 여자한테 반한 것으로 볼 때 결혼 생활을 오래하지 못하고 다른 여자가 생겼을 것 같다. 백설공주는 왕비에게도 3번이나 속은 걸 보면 왕자에게 또다른 여자가 있는 걸 눈치채지도 못해서 속편히 잘 살았으려나. 아님 이번에 기어코 독살되었을라나.

신데렐라도 결혼한 왕자가 여자한테 첫눈에 잘 반하는 스타일인 데다가 얼굴도 기억 못해서 신발 사이즈로 전에 사랑했던 여자 찾은 걸 보면, 분명히 왕자가 바람 피웠을 테고... 자기 권리도 주장 못하는 성격상 자식들 데리고 줄줄이 냉궁으로 추방 되었을지도 모르겠고.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아무래도 참을성이 부족한 걸 보면 결혼한 왕자의 자질은 셋 중에 이쪽이 제일 좋지만, 100여살 연상인 것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왕자를 꽤나 잡다가 왕자가 질려버리지 않았을까?

그나마 그 시절 공주들 중에서는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벨이 가장 멋졌는데 그래도 글도 읽을 줄 알고 (쟤네 4명은 아마 글도 못 읽을 거야. 일례로 인어공주만 해도 편지에 "내가 널 구했다"라고 쓰지 않았던 걸 보면), 그렇게 무섭게 생긴 야수에게 아빠 대신 나를 가두어라면서 호기있게 베짱을 부린 것을 보면 용기도 있고 남자 얼굴만 보고 덥썩 덥썩 좋아하는 쟤네 넷과는 다르게 왕자의 험악한 외모 뒤에 숨겨진 따뜻한 마음씨를 보지 않는가? 그리고 왕다이아가 아니라 무려 도서관을 선물해주는 남자에게 어찌 안 반해~~

이렇듯 내가 어릴 적 보았던 공주는 문맹에 맹해빠진 애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엘사는 겨울왕국2에서 무려 왕국을 구하니 내가 어찌 안 반해~ 저 맹한 공주들에게는 맨날 맨날 여자 적들에게 둘러 쌓여 있었는데 이번에는 든든한 여자 동지까지 있지 않은가? 내 딸의 세상에 이렇게 멋진 여자 영웅이 공주여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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