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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될 줄은 몰랐다.

나도 당신처럼 선생님의 시덥잖은 농담에도 깔깔깔깔 정신없이 웃어대던 여고생때는 엄마가 될 줄은 몰랐다.
미국 어딘가에서 낙엽이 떨어진 거리를 정신없이 걸으면서  끝도 없는 공부를 하고 있을거라고,
의사가운 휘날리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을거라고,
클래식을 사랑하는 아주 아주 지혜롭고 다정한 남자와 데이트를 하고 있을거라고 그런 생각들은 했었지만 이렇게 엄마가 되어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가하지 못했다.

그때, 내가 가진 지혜로 그린 나의 미래는
그냥 어떤 드라마에 나오는 성공한 날씬한 예쁜 독신 여성의 어딘가 쯤 까지만 그리고 있었다.

수능을 망치고 의대는 커녕 약대도 어렵게 되었던 그 순간에도 엄마가 되 줄은 몰랐다.

그냥 부모님이 모두 다 어렵겠다면 교대라도 가는 게 좋겠다고 하셔서
교사라는 직업이 너무 따분하고 학교를 다니면서 그리 멋져 보이는 선생님도 만난 적이 없었지만 교대에 들어갔다.

성스러운 직업인 교사.... 라는 직업을 그렇게 성적에 맞추어 선택했지만 수능을 망친 것 부터가 신의 소명이었는지 나는 가르치는 것이 좋았고, 가르치는 것을 잘했다.

어려운 학년도, 어려운 업무도 다 잘 해냈다.
아이들도 사랑스러웠다.
행복했다.

모든 게 완벽하던 그때 난 다른 길을 선택했다.
유망한 학교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어려운 아이들이 많은 생활지도도 어렵고 업무도 많은 다른 학교를 선택했다.

경력은 초라해지고 모든 것은 힘들고 어렵고 좌절스러웠다.

그래도 후회는 없었다.
쌍욕을 달고 다니는 그 아이들의 삶이 안타까웠고 그래도 1년만에 이 아이들 곁을 떠나고 싶어 하는 다른 선생님보다는 아이들 곁을 오래 지키고 싶은 마음을 가진 내가 아이들과 함께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곳에서 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힘든 업무, 출산일까지의 근무, 교장 교감의 배려없음 속에서도 아이들은 건강했고 잘 자라 주었다.
당신이 여고생이라면,
독신주의자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하더라도,
미래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있다면 한 번쯤은 당신이 엄마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꼭 고려하길 바란다.
엄마...
뭔가 프로페셔녈한 느낌도 들지 않고,
예쁠 것 같지도 않고,
희생해야 할 것 만 많은 것 같고,
재미있어 보이는 구석은 없지만... (지금 당신이 보긴에는)
그래도 한 번 쯤은 엄마가 되는 것을 고려해보았으면 한다.
그러면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할지?
어떤 남자를 배우자로 맞아야할지?
​직업을 선택한 후에 나는 또 어떻게 살아야할지?

엄마가 될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한 선택과 여고생인 당신 자신 만을 고려한 선택은 완전히 다를 수 있고, 엄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변수에 두고 고민해 보는 것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당신이 엄마가 되었을 때는.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지만, 그걸 모르는, 도통 모르는 아름다운 그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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