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에는 맞지 않지만. 

쨌든 행복한 결혼 생활 중에 일어난 일이니까.


꿈을 꾸었다. 

나는 중학생이었다. 고입을 준비하려고 학원에 다니는 중이었다. 가장 친한 친구와 선생님들 별명을 지으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꿈 속에서 나는 어제 일을 생각하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어제 학원에서 친구와 선생님의 별명을 지으며 놀았던 일을 생각하고 있는 나는 중학생이었던 거다. 

꿈에서 깼다. 

나는 마흔 살이었다. 그러니까 이제 태어나서 중학생까지의 시간보다 중학생으로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이 더 흐른 것이다. 

그런데 마치 하루 아침에 십대에서 마흔으로 나이가 점프한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 매일의 삶은 영원처럼 긴 것처럼 느껴지지만. 나는 매일같이 주말을 기다리면서 시간이 흘러주기만 바란 것 뿐인데 겨울방학을 기다리던 중학생이 갑자기 마흔 살이 된 것 같은 생각에 너무 섬뜻했다. 

물론 마흔은 참 좋은 나이다. 

직장에서는 경력이 있지만 너무 뒤쳐지지는 않는 나이이고, 배우자와도 여전히 권태기없이 알콩달콩할 수 있으며, 반항기 없는 귀여운 자녀에다 여전히 건강하신 부모님이 옆에 있으실 가능성이 큰...

그러나 이제 곧 예순이, 아니 여든이 이렇게 마치 내일이 찾아오듯 찾아올 것이고 그 예순, 혹은 여든의 순간에 내가 마흔이었던 나의 지금을 어제처럼 기억할 것을 생각하니 너무 섬뜻했다는 거다. 

나는 그냥 주말을 기다리며 시간이 흐르길 바랬을 뿐인데...

그냥 겨울방학을 기다렸던 것 뿐인데...

하루의 시간은 마치 영원처럼 더디게 흘렀었는데...

잔인한 시간이 하루만에 나의 모든 젊음을 앗아간 느낌이 들어 평범한 꿈에서 깨어났을 뿐인데 잠을 다시 이루지 못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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