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오늘 울 학교 언니들과의 늦은 티타임 후 귀가길에 낯익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았다.
이미 밤 10시가 넘은 시간....
하지만 나는 그 두 사람이 누군지 금방 알수 있었다.
내가 처음 교사의 길을 걸을 때 나의 제자와 그 어머니...
지금 생각해보니 그 어머니는 내가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때 부터 거기 서 계셨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그 낯익은 아줌마(그때에는 누군지 몰랐으니까..ㅋ)가 신호가 바뀌어도 건너오질 않고 그 자리에 계속 서 있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의 그 첫 제자는....
내 첫 제자 윤하는 참 고운 아이였다.
반에서 약한 아이와 같은 모둠을 하고,
같이 게임을 하면 재미없을 것 같은 아이와 게임을 하고,
심지어 그 아이가 일부러 하기 싫다고 해도 방긋 웃으며 그래도 같이 하자고 말할 줄 아는....
그렇게 고운 윤하와 그 어머니를 만났다.
아마도 어머니는 윤하가 학원 끝날 시간을 맞추어 마중을 나오셨던 모양이다.
그리고 아마도 윤하는 오늘 있었던 일을 사분 사분 어머니께 말하는 것 같아보였고, 어머니는 그 이야기를 들으시며 윤하가 손에 들고 있는 몇 권 안되는 책을 받아들어 주셨다.

4년전 그 운동장에서 윤하가 우리반에 나누어줬던 사랑의 근원지는 윤하의 어머니였나보다.
아이들은 역시 어머니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지금 우리반 아이들도 윤하의 어머니처럼 사랑의 근원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을까?
있든 없든, 우리반 아이들이 내 사랑도 맛있게 먹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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